경오연행록은 청나라 연경으로 사신이 다녀온 기행문입니다.
당시 명나라가 건재한 상황에서 청나라 연경으로 떠나가게 된 사유는 김인술을 의율하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김인술은 함경북도 유원진(柔遠鎭)의 토병이었습니다.
그가 금령을 어기고 국경을 넘어 청나라 사람과 베와 쌀을 교역하기로 약속했다가 청나라 사람이 이를 어기자
다툼 끝에 총 5인을 살해하였습니다.
청나라에서 이를 온성부(穩城府)에 알려왔고 온성부는 즉시 예부(禮部)에 자문을 보냈습니다.
조정에서는 북도 안핵사로 서지수(徐志修)를 파견하여 감사 정익하(鄭益河)와 병사 구성필(具聖弼)과 함께
이 사건을 안핵하게 하였습니다.
김인술 등 7인은 이듬해 윤 5월에 국경에서 효시되었고, 양국의 사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음력 7월에
동지사은 겸 진주사 일행이 연경으로 떠나게 된 것입니다.
경오연행록(庚午燕行錄) 사신 구성 발췌
정사(正使) : 해춘군(海春君) 이영(李栐)
부사(副使) : 유수(留守) 황재(黃梓)
서장관(書狀官) : 교리(校理) 임집
당상(堂上) : 가선대부(嘉善大夫) 안명설(安命說) / 서경운(徐慶運)
상통사(上通事) : 전 정(前正) 김득신(金得臣) / 전 판관(前判官) 최중재(崔重載)
교회질문(敎誨質問) :장채유(張采維) 등
경오연행록(庚午燕行錄) 사신단 영조 대면 발췌(영조26년)
약방이 문후(問候)하고 나서 임금께서 이르시기를, “삼사신(三使臣)은 나아오라.”라고 하셨다.
마침내 명을 받들어 나와 엎드렸다.
임금께서 정사를 위로하시고 이어 하교하시기를, “부사를 이런 때나 보는구려.”라고 하셨다.
천신(賤臣)이 비지땀을 흘리며 엎드려 경청하였다. 임금께서 사신 가는 일에 대해 물으시자,
정사가 별 문제 없다고 대답하였다.
천신이 뒤이어 아뢰기를, “이번 사행에서 처리할 진주(陳奏) 건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쪽에서 응대하는 방법이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편입니다.”라고 하였다.
임금께서 이르시기를, “그렇구나.”라고 하시고, 또 이들이 사람 간의 일로 죄를 범했으니
측은히 여기는 뜻을 후히 보이라고 하교하셨다.
정사가 자리에 앉고 나서 천신이 약간 앞으로 나와 엎드려 말하였다.
“신이 매우 미천하지만 경연의 오랜 신하입니다.
이제 멀리 이별하는 마당에 구구한 소회를 어찌 감히 숨기겠습니까.
신이 전에 《자성편(自省編)》을 보고 마음속 혼잣말로 ‘성상의 학문이 이렇게 고명한데
어찌 중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더 하시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성상의 과오가 여러 번 있었지만, 신은 개연히 탄식만 할 뿐 속마음을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근래 일을 가지고 말하면 마침 천둥의 이변이 거듭되던 날에 지나친 행동이 또 예사롭지 않았으며
비답은 몹시 평온하지 못했습니다.
신하들을 오래도록 접견하지 않으시니 대소 관원이 허둥지둥 애를 태운 것은 차치하고라도
손상된 성덕을 장차 어찌하겠습니까?
다만 명을 도로 거둬들이고 감선(減膳)한다는 이번 하교를 백성들이 모두 우러러 송축(頌祝)하고 있으니
신이 어찌 감히 더 진달할 바가 있겠습니까.
다만 신이 몹시 기원하는 바는, 《자성편》을 지은 뜻을 깊이 유념하고 항상 빈복(頻復)의 경계를 마음에 두어
하늘을 공경하고 재앙을 그치게 하는 한편 자손을 편안하게 하고 후손에게 복을 남겨 줄 것을 도모하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가와 신민이 어찌 매우 다행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
임금께서 이르셨다.
“말이 간략하면서 곡진하다.
《자성편》을 지은 것은 바로 위 무공(衛武公)이 〈억(抑)〉 시(詩)를 지어 경계한 뜻이다.
비록 나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썼지만 실은 세자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지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번에 사건을 연유로 지나친 행동을 지적받다보니
참으로 후회하고 있다.
‘종용(從容)’ 자는 지난번 여러 신하의 간청으로 빼버렸으나 마음은 얼음장 같았다. 빈복의 경계를 자신하지 못하겠다.”
좌상(左相) 김약로(金若魯)가 아뢰었다.
“황 아무개가 아뢴 말이 간략하지만 그의 진심이 묻어납니다.
신들의 소망은 빈복을 경계로 삼을 뿐만 아니라 그런 마음조차도 끊어버리시길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임금께서 이르시기를,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라고 하셨다.
천신이 자리에 앉았다.
서장관이 이어서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시라고 아뢰었다.
임금께서 이르시기를, “말은 달라도 뜻은 부사와 같구나.”라고 하시고는 무늬 없는 비단 건에 대해 누누이 하교하셨다.
서장관이 명을 받든 후 자리에 앉았다.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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