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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인문학에서 성현의 지혜 찾기

관연록 서전(觀燕錄 序前) 본문

고전 기행/관연록(觀燕錄)

관연록 서전(觀燕錄 序前)

고전 인문학 매니아 2023. 9. 8. 13:36
 

관연록은 1804년 동지사 일행으로 중국에 다녀온 일기입니다.

 

저자 김선민(金善民 1772~1813)은 소과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벼슬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경서와 시문에 뛰어났으나 관계 진출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중국을 여행하는 동안 시를 짓고 싶었는데 정사에 동행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연록 서전은 어찌나 빛나고 아름다운지 강한(江漢)의 주옥과 같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앞으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관연록 서전(觀燕錄 序前)
 
온 천하의 사물은 모두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눈으로 보는 것은 사물로써 사물을 묶어 사물이 간혹 이끄는 터라 이를 일러 ‘물관(物觀)’이라 한다.
지혜〔智〕로써 보는 것은 천하의 사물을 사물로 여기면서도 천하의 사물을 사물로 보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능히 사물을 이겨 다함이 없고 사물을 받아들여도 상하지 않으니, 이를 일러 ‘지관(智觀)’이라 한다.
백관(百官)들은 지관으로써 서로를 다스리고 열사(列士)들은 지관으로써 자신을 다스렸다.
지관으로써 자신을 다스리는 것은 팽조(彭祖)와 노담(老聃 노자)이 하였고,
지관으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 탕왕(湯王)과 문왕(文王), 주공(周公)이 소유했던 법칙이었다.
 
옛날에 사용(師容)이 당(堂) 위에서 거문고를 타자 유량(劉良)이 당 뒤에서도 곡을 알았다.
도착해서는 거문고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만 지력(指力)이 가리키는 바가 이 손가락이 아님이 없는 것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 엄지손가락은 질러가듯이 하고 새끼손가락은 놀란 듯이 하여 회오리바람처럼 움직이다가
이윽고 유연하게 마치 솔개가 허공에 이르는 듯이 하고, 그런 뒤에는 양양하게 흐르는 물이 못에서 넘쳐
어지럽게 내달림에 파도가 치고 구름이 이는 듯이 하였다.
처음에 보면 두려워 하지만 천천히 보면 마침내 하니, 손가락이 놓인 위치가 이와 같아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장님이라 할지라도 볼 수 있으니, 이와 같은데도 볼 수 없다면 천하에 볼 것이 없다.
천하에 볼 것이 없는 것은 바로 천하에 사물이 없는 것이다.
천하에 볼 것이 없고 사물이 없다면 또 천하를 어디에 쓰겠는가?
슬프다. 세상 사람들의 무지(無知)함이여.
없던 것이 있게 되고 미혹이 더 지극해지면 꿩의 깃촉〔鷮行〕과 까마귀의 부리〔烏喙〕는 그 모습이
적흑색과 같아질 것이니 슬프다. 세상 사람들의 깊은 병통이여.
 
나는 병통에 약이 없음을 차마 보지 못했는데,
지금 형님이 쓴 《관연록(觀燕錄)》을 얻어서 읽어 보니 어찌나 빛나고 아름다운지 강한(江漢)의 주옥과 같았다.
비록 그렇지만 형님의 글이 나오지 않으면 천하의 병통이 날로 더해질 것이고,
나는 또 그 병통이 날로 더해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천하 사람들이 두루 읽을 수 있도록 형님에게 이 상하(上下) 두 편의 글을 내놓도록 청하였다.
중인(中人)이 읽으면 스스로 다스릴 바를 알게 되고,
어진 선비가 읽으면 스스로 가릴 바를 알게 될 것이다.
범인(凡人)이 읽어서 지혜가 더 자라지 않고 병통이 더 낫지 않는 경우는 나도 끝내 어찌 할 수가 없다.
아! 슬프다.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 한국고전번역원의 자료는 수익창출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