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고전인문학에서 성현의 지혜 찾기

목민심서(牧民心書) 1조 본문

고전 정치/목민심서(牧民心書)

목민심서(牧民心書) 1조

고전 인문학 매니아 2023. 9. 10. 00:09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집필한 48권 16책입니다.

 

목민심서 6조 중 1조는 부임(赴任)으로 임지에 간다는 뜻으로 수령이 먼저 알아야 할 내용으로 부임 육조는

 

제배(除拜) 관직에 임명 된 후에 알아야 할 것입니다. 

 

강진에서 유배 생활 19년동안 경전 연구에 몰두하였고

 

학문적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성찰을 적었습니다.

 

 

목민심서(牧民心書) 1조 제배 중 발췌

 

위를 섬기는 자를 민(民)이라 하고, 민을 다스리는 자를 사(士)라 한다.
사(士)란 벼슬살이하는〔仕〕 것이니, 벼슬살이하는 자는 모두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이다.
그러나 경관(京官)은 혹 왕을 받들어 모시는 것을 직분으로 삼기도 하고,
혹 맡아서 지키는 것을 소임으로 삼기도 하니, 조심하고 근신(謹愼)하면 아마도 죄 되거나 뉘우칠 일은 없을 것이다.
오직 수령(守令)만은 만민을 다스리는 자이니,
하루에 만 가지 일을 처리함이 마치 천하 국가를 다스리는 군왕과도 같아서,
그것의 크고 작음만 다를 뿐, 그 처지는 실로 같은 것이다.
이를 어찌 스스로 구할 수 있겠는가.
 
옛날에 상공(上公)은 지방이 100리, 후백(侯伯)은 70리, 자남(子男)은 50리였으며,
50리가 못 되면 부용(附庸)이라 일렀는데, 그들은 모두 제후(諸侯)이다.
이제 큰 주(州)는 그 지방이 상공과 맞먹고, 중읍은 후백과 맞먹으며, 하읍은 자ㆍ남과 맞먹고,
잔소(殘小)한 읍은 부용과 같으니, 그 벼슬 이름은 다를망정 그 직책은 옛날 제후의 바로 그것이다.
옛날 제후들에게는 정승이 있고, 삼경(三卿)이 있으며, 대부(大夫)와 백관이 갖추어져 있어서,
제각기 그 일을 처리해 나갔기 때문에 제후 노릇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늘날의 수령은 홀로 만민의 위에 우뚝 서서 간사한 백성 세 사람을 좌(佐)로 삼고,
간사한 아전 60~70명을 보(輔)로 삼으며, 사나운 자 몇 사람을 막빈(幕賓)으로 삼고,
패악한 무리 10명을 복례(僕隷)로 삼았다.
이들은 서로 끼리끼리 뭉치어 수령 한 사람의 총명을 가리우고, 사기와 농간을 일삼아서 만백성을 못살게 한다.
그런데 옛날 제후들은 아비가 아들에게 그 지위를 물려주어 대대로 그 자리를 승습(承襲)하였다.
그래서 신민이 죄를 지으면 혹 종신토록 등용되지 못하거나, 더러는 여러 대가 되어도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
그 명분과 의리가 지극히 소중하였다. 그러므로 비록 악한 자가 있더라도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의 수령은 오래 가야 혹 2년이요, 그렇지 않으면 몇 달 만에 바뀌니, 그것은 마치 여관에 지나가는 과객과도 같다.
저 좌(佐)ㆍ보(輔)ㆍ막빈ㆍ복례(僕隷) 따위들은 옛날 세습(世襲)하는 경상(卿相)들처럼
그 직을 아비가 아들에게 물려준다. 
주객의 처지가 이미 다르고 권한은 오래 사는 사람과 잠깐 다녀가는 사람이 아주 다른데,
그들에게 군신의 대의와 천지의 정분(定分)이 있을 리 없다.
비록 죄를 저지른 자가 있더라도 도피하였다가
손인 수령이 떠난 뒤에 주인인 좌(佐)ㆍ보(輔)ㆍ막빈들은 집으로 돌아와서,
예나 다름없이 안녕과 부를 누리게 되니, 무엇을 또 두려워할 것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수령 노릇의 어려움은 공후(公侯)보다도 백 배나 더하니,
이 어찌 구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비록 덕망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위엄이 없으면 하기 어렵고, 비록 하고 싶은 뜻이 있다 하더라도 밝지 못하면 하지 못한다.
무릇 그런 능력이 없는 자가 수령이 되면 백성들은 그 해를 입어 곤궁하고 고통스러우며,
사람이 비난하고 귀신이 책망하여 재앙이 자손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이 어찌 구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대체로 집은 가난하고 어버이는 늙었으되, 끼니도 잇기 어려운 것은 그 사정으로 보아서는 진실로 딱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천지의 공리(公理)로 말하면 벼슬을 위해서 사람을 고르는 것이요, 사람을 위해서 벼슬을 고르는 법은 없다.
한 집안의 봉양을 위하여 만민의 수령이 되기를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는가.
남의 신하 된 이가 만민에게 거두어다가 내 부모 봉양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치에 당치 않은 일이요,
남의 임금 된 이가 만민에게 거두어다가 네 부모를 봉양하라 허락하는 것도 이치에 당치 않은 일이다.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 한국고전번역원의 자료는 수익창출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