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인문학에서 성현의 지혜 찾기
삼봉집(三峯集) 불씨잡변(佛氏雜辨) 본문

고려말 조선초기 1397년 정도전의 심봉집 문집 간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1차 왕자의 난에 휩쓸려 처형되면거 모든 판본이 흩어졌다가
조선의 7대왕 세조 때 정도전의 증손 정문형에 의해 파편을 복구하고 서문을 붙여
간행이 이루어졌습니다.
정도전이 살았던 한 시대를 이해할 수 있고 조선의 건국과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불씨잡변은 유교의 입장에서 불교를 비판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불교의 윤회설에 대한 입장을 표현한 불씨 윤회의 변[佛氏輪廻之辨]입니다.
삼봉집(三峯集) 불씨잡변(佛氏雜辨) / 불씨 윤회의 변[佛氏輪廻之辨]
사람과 만물이 생생(生生)하여 무궁한 것은 바로 천지의 조화(造化)가 운행(運行)하여 쉬지 않기 때문이다.
대저 태극(太極)이 동(動)하고 정(靜)함에 음(陰)과 양(陽)이 생기고, 음양(陰陽)이
변(變)하고 합(合)함에 오행(五行)이 갖추어졌다.
이에 무극(無極)ㆍ태극(太極)의 진(眞)과 음양오행의 정(精)이 미묘(微妙)하게 합하여
엉겨서[凝 형기가 이루어짐] 사람과 만물이 생생한다.
이렇게 하여 이미 생겨난 것은 가면서 과거[過]가 되고 아직 나지 않은 것은 와서 계속[續]하나니,
이 과(過)와 속(續) 사이에는 한 순간의 정지도 용납되지 아니한다.
부처의 말에,
“사람은 죽어도 정신은 멸하지 않으므로 태어남에 따라 다시 형체를 받는다.”하였으니,
이에 윤회설이 생겼다.
《주역(周易)》(계사상(繫辭上))에,“시(始)에 원(原)하여 종(終)에 반(反)한다[原始反終].
그러므로 그 생사(生死)의 설을 알 수 있다.”
하였으며 또 이르기를,
“정기(精氣)는 물(物)이 되고 유혼(游魂)은 변(變)이 된다.”하였다.
선유(先儒)는 이 글을 해석하여 말하기를,
“천지의 조화가 비록 생생하여 다함이 없으나, 그러나 모임[聚]이 있으면 반드시 흩어짐[散]이 있으며,
태어남[生]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死]이 있다.
능히 그 시(始)에 원(原)하여 그 모여서 태어남을 안다면 그 후에 반드시 흩어져 죽는 것을 알 것이며,
태어난다는 것이 바로 기화(氣化)하는 날에 얻어진 것이요,
원래부터 정신이 태허(太虛)한 가운데에 머물러 사는 것이 아님을 안다면,
죽음이란 것은 기(氣)와 더불어 함께 흩어져 다시 형상이 아득하고 광막한[漠] 속에 남는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하였다.
또 말하기를,“정기는 물이 되고 유혼은 변이 된다.”하였는데,
이는 천지 음양의 기가 교합(交合)하여 바로 사람과 만물을 이루었다가,
혼기(魂氣)는 하늘로 올라가고, 체백(體魄)은 땅으로 돌아가는데 이르러서는, 바로 변이 되는 것이다.
정기가 물이 된다는 것은 정과 기가 합하여 물이 되는 것이니,
정은 백(魄)이요, 기는 혼(魂)인 것이며, 유혼(游魂)은 변이 된다는 것은,
변이란 바로 혼과 백이 서로 떨어져 유산(游散)하여 변하는 것이니,
여기서 말하는 변이란 변화의 그 변이 아니라 이 변은 단단한 것이 썩음이요,
있던 것이 없어져 다시는 물(物)이 없어지는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는 홍로(烘爐)와 같아, 비록 생물이라 할지라도 모두 다 녹아 없어진다.
어찌 이미 흩어진 것이 다시 합하여지며, 이미 간 것이 다시 올 수 있으랴?
이제 또한 내 몸에 징험(徵驗)하여 본다면,
숨 한 번 내쉬고 들이쉬는 사이에 기가 한 번 들어갔다 나오나니, 이것을 일식(一息)이라 한다.
여기서 숨을 내쉴 때 한 번 나와 버린 기가 숨을 들이쉴 때 다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즉 사람의 기식(氣息)에서도 또한 생생(生生)하여 무궁함과,
가는 것은 지나가고[過] 오는 것은 계속[續]되는 이치를 볼 수가 있다.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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