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인문학에서 성현의 지혜 찾기
해동역사 제1권 본문
해동역사는 조선말기의 실학자 한치윤과 조카 한진서가 기전체로 서술한 사서입니다.
한반도 서적 이외에도 중국, 일본의 외국 서적에서도 자료를 뽑은 것이 특징입니다.
단군조선을 인정하고 관료적인 편찬방법을 탈피하였고 역사와 지리의 합일을 중시하였습니다.

해동역사 제1권 세기(世紀) 1 동이총기(東夷總記) 중 발췌
군자국(君子國)이 북쪽에 있으니, 관(冠)을 쓰고 검(劍)을 차며, 짐승을 먹는다.
두 마리의 문호(文虎)를 곁에 두고 있다. 사람들이 사양하기를 좋아하여 서로 다투지 않는다.
훈화초(薰華草)가 있어서 아침에 피어났다가 저녁에 죽는다. 《산해경(山海經)》
군자국은 땅이 사방 1천 리이고 목근화(木槿花)가 많다. 《고금주(古今注)》
곽박(郭璞)이 찬하기를,
동방의 기운은 어질어서 / 東方氣仁
나라에 군자가 많다 / 國有君子
훈화초를 먹으며 / 薰華是食
문호(文虎)를 부린다 / 雕虎是使
본디 예양을 좋아하고 / 雅好禮讓
예는 사리에 따른다 / 禮委論理하였다. 《산해경찬(山海經讃)》
공자(孔子)가 구이(九夷) 지방에 살려고 하자, 혹자가 말하기를, “누추해서 어떻게 살겠는가?”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살고 있는데 어찌 누추한 것이 있겠는가.” 하였다.
《논어(論語)》 ○ 《설문(說文)》에는, “공자가 말하기를,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띄워 바다로 나가 구이(九夷)가 사는 곳으로 가고 싶다.’ 하였다.” 하였다.
동이에 살고 있는 사람 가운데 군자가 누구인가를 물으니, 대답하기를,
“동이란 주나라 조선(朝鮮) 땅이다. 기자(箕子)가 조선에 봉해져서는 도를 미루어서 풍속을 교화시켰으며,
백성들에게 예의(禮義)와 농사짓는 법과 누에 치는 법을 가르쳤다.
이에 지금까지도 그 백성들이 먹고 마심에 변두(籩豆)를 귀중하게 여기고,
의관(衣冠)과 예악(禮樂)이 중국과 같다. 이는 기자가 교화를 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러니 군자가 산다는 한 구절은 아마도 기자를 가리켜서 말한 것이지
공자가 자신을 가리켜서 군자라고 한 것은 아닌 듯하다.”하였다. 《십일경문대(十一經問對)》
살펴보건대, 동방삭(東方朔)의 《신이경(神異經)》에 이르기를,
“동방에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남자들은 모두 흰 띠에 검은 관을 쓰고 여자들은 모두 채색 옷을 입는다.
항상 공손하게 앉아 서로를 범하지 않으며, 서로 칭찬하고 헐뜯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빠진 것을 보면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구해 준다.
얼핏보면 바보스러운 것 같은데, 그를 이름하여 ‘선인(善人)’이라고 한다.”하였다.
선인과 군자국은 모두 우리나라를 지칭하여 말한 것이다.
당(唐) 현종(玄宗)이 신라(新羅)를 두고 ‘군자의 나라’라고 하였고,
또 고려(高麗) 때에는 표사(表詞)에서 우리나라를 칭하여 ‘근화향(槿花鄕)’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군자의 나라라는 호칭이 있었는바,
공자께서 가서 살고자 하는 뜻을 가졌던 것이 어찌 이 때문이 아닌 줄을 알겠는가.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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