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인문학에서 성현의 지혜 찾기
회우록서(會友錄序) 본문
연암집(燕巖集)은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였은 문집입니다.
연암집은 기존의 판에 박혔 던 글투를 과감하게 탈피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지켜야 했던 바르고 고운 문체보다는 거칠고 투박한 문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해학과 풍자적인 문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회우서록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잘 표현하는 듯하니
시대의 흐름을 역주행 하는 주옥같은 글귀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회우록서(會友錄序) 서문 일부 발췌
우리나라 36도(都)의 땅을 돌아보면 동쪽으로는 큰 바다에 임하여 바닷물이 하늘과 더불어 끝이 없고 이름난 산과 큰 멧부리들이 그 중앙에 서리어 있어, 들판은 백 리가 트이어 있는 곳이 드물고 고을은 천 호가 모여 있는 곳이 없으니 그 지역 자체가 벌써 편협하다 하겠다.
그런데 옛날의 이른바 양(楊)ㆍ묵(墨)ㆍ노(老)ㆍ불(佛)이 아닌데도 의론의 유파가 넷이며, 옛날의 이른바 사(士)ㆍ농(農)ㆍ공(工)ㆍ상(商)이 아닌데도 명분의 유파가 넷이다. 이것은 단지 숭상하는 바가 동일하지 않을 뿐인데도 의론이 서로 부딪치다 보니 진(秦)과 월(越)의 거리보다 멀어진 것이요, 단지 처한 바에 차이가 있을 뿐인데도 명분이 비교하고 따지는 사이에 화(華)와 이(夷)의 구분보다 엄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형적이 드러남을 꺼려서 서로 소문은 들으면서도 알고 지내지 못하며, 신분상의 위엄에 구애되어 서로 교류를 하면서도 감히 벗으로 사귀지는 못한다. 마을도 같고 종족도 같고 언어와 의관(衣冠)도 나와 다른 것이 극히 적은데도, 서로 알고 지내지 않으니 혼인이 이루어지겠으며, 감히 벗도 못 하는데 함께 도를 도모하겠는가? 이러한 몇몇 유파가 아득한 수백 년 동안 진과 월, 화와 이처럼 서로 대하면서 집을 나란히 하고 담을 잇대어 살고 있으니, 그 습속이 또 어찌 그리도 편협한가.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 한국고전번역원의 자료는 수익창출과는 무관합니다.